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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투표 마치고, 집 앞 커피숍에 들렀다.


점심으로, 농협 하나로에서 사온 키조개... 제철이라고, 두루치기 한번 해보았는데, 동기 제위, 제대로 씼고 손질을 잘 해야, 입안에서 모래 한 둘이 버석거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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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울울답답한 마음을 끌어안고, 회의장을 미리 나왔다. 차를 타고 오면서... 문득 공자의 ‘꼼수’가 새삼 가슴을 쳤다. 병을 핑계대고 나서, 거문고를 끌어안고, ‘들으라고’ 연주한... 이유를 알 것같았다. 


그랬구나. 공자는 그 ‘유비’라는 자를 그토록 ‘미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너를 그토록 미워한다. 나는 너를 만나고 싶지 않다. 그 사실을 너는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인물, 공자를 배반한 제자라는 설도 있으나, 자세히는 알 수 없다.


박변... 그리고 조총장... 아시듯이 불교는 가르치기를, ‘미워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유교는 좀 다르게 말한다. ‘분노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역설로 들릴지 모르는데... 우리가 분노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안타까움에, 떨리는 가슴으로, 일장 연설을 쏟아놓고 나서, 기이하게도 내가 나의 '박스'를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분노하지 않는 것은, 1)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 붙잡혀 있거나, 아니면 2) 사태의 실상에 대해 분명한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해서가 아닐까. 


분노가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미워하지 않고,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추동해 갈 것인가.


1.

대체로, 분노는 사적이다. 그리고 발끈(* 이 말은 한자어 발연勃然에서 왔다. 틀림없다.)이란 말이 있듯이, 순간에 ‘욱’하고 치밀어서, 날뛰는 말처럼 제어하기 힘들다.


明道先生謂張子曰  人之情易發而難制者  惟怒爲甚  第能於怒時  遽忘其怒而觀理之是非  亦可見外誘之不足惡  而於道亦思過半矣


“(주자의 선배) 명도가 횡거에게 말했다. ‘감정 중에 순간에 욱해서, 제어하기 힘든 것은 분노이다. 그때는, 분노에 휩쓸리지 말고, 차분히 사태의 필연성을 관찰하는 이성이 필요하다. 명심하라. 바깥의 사물이 너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 하나면 벌써 도(道)의 절반이 이루어졌다 하겠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김수영의 너무나 인간적인 명작, 시 한수를 소개한다. 1965년 작이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제14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스들과 스펀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펀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작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작으냐

정말 얼마큼 작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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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적인 모습에 다들 공감과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거기 머물러 있지 말고, ‘반성’에 이르는 것은 어떨까. 적극적으로 금도를 확장하자고 팔을 걷어부치는 것. “내 이렇게 짜잘하게 살 수는 없다!” 


... 연습이 실력을 만든다. 그러나, 정말이지... 분노를, 화를 다스리기는 쉽지 않다.


治怒爲難, 治懼亦難. 克己, 可以治怒, 明理, 可以治懼.


“화를 다스리기 어렵다. 두려움을 극복하기도 어렵다. ‘자신을 극복함으로써(克己)’ 분노를 다스리고, ‘사실에 더욱 가까이 감으로써(明理),’ 두려움을 넘어선다.”


2. 

분노와 원한은 곧 ‘전염’된다. 자신에게도, 그리고 남에게도... 고등학교때, 수업시간에, 갑자기 선생님이 더 포악스러워질 때 급우들, 좌우를 둘러보며 수군거렸던 것을 기억한다. “뭘 잘못 드셨나?” 아니면, “오늘 마누라하고 한판 싸웠구만...”


시골, 부산 가기 전, 중학교 1학년때의 일이다. 여선생님 한 분이 임신을 하셨다. 문제는 아직 혼전이셨다는 것.. 점심때 10분 밥먹고, 40분은 축구로 오른 열기로, 나는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런데 이분이 나를 지목하더니, 나오라는 것이었다. 길쭉한 카키 초록색 천을 검은 매듭으로 묶은, 그 튼튼한 출석부가 내 머리를 난타했다. 나는 물론 영문도 모르는 일이고... (*나중 알고 보았더니, 내 앞 자리에 앉은 녀석이 “You are a boy"를 패러디(?)해서, ... “You are(알) 라 뱄지?”라고 속삭였던 것... 그 소리가 여선생님에게는, 천둥처럼 크게 들렸고, 주범이 나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설사 내가 했다고 해도 그 구타와 욕설은 도를 한참 지나쳤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들먹임에, 나는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보다 못해... 내 친구인 ‘반장’이 나섰다.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용기였다. “형조는 성격이 쾌활해서... 좀 큰 소리로 인사를 한 것같습니다. 그런데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이 분이 좀 머쓱했다. 지금도 그 멘트를 기억한다. “얘는 쾌활하다 못해 초상집에서 웃을 아이이고, 나중 상사가 되면 부하를 등칠거야...” 꼽아보니, 사십년 전의 일이네... 불초, 나중 항목은 조심하고 있으나, 처음 예언은 아무래도 ‘저지를’ 공산도 없지 않다. 돌.


여선생은 ‘자신의 화’를... 컴플렉스를 내게 ‘옮긴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인간사 얼마나 많은가. 작게는 가족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회사를 말아먹고, 제국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이렇게 ‘화를 옮김으로써’ 수면 위의 평정을 흐트림으로써 그 모든 일들이 예비되었다.   


��대학��에 팔조목에...“正心, 마음을 바로잡기”가 있다. 다른 것이 아니다. 내 마음 속의 상처나 컴플렉스, 흔적으로 사람과 일을 물들이지 말라는 것!! 그것이다.


“所謂脩身在正其心者, 身有所忿懥, 則不得其正; 有所恐懼, 則不得其正; 有所好樂, 則不得其正; 有所憂患, 則不得其正.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此謂脩身在正其心.”


“네 마음 속에 분노가 있으면, 그리고 공포가 있으면, 그리고 애착이 있으면, 걱정이 있으면, 마음은 ‘평정’을 얻지 못한다. 모든 문제가 여기서 발원한다. 그렇게 마음 속이 불건전한 편견과 정념으로 사로잡혀 있으면, 보아도 (사물이 올바로) 보일리 없고, 들어도 (무슨 소린지) 들릴리 없으며, 음식을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 


쯥, “밥이 입으로 가는지 코로 가는지” 모를 때가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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