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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꽃보다 열매: 동감(同感)

2012.07.15 20:38

정용정 조회 수:668

부산 本家의 마당에는

철마다 꽃이 만발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곁에 같이 있는 꽃들이 자식보다 낫다"고 말씀하셨는데..

꽃나무 뿌리들이 오래된 건물에 균열을 키우자

작년 이맘때 혼자서 인부들을 불러 건물 보강을 하고

정든 꽃나무들을 정리(情離)하셨어.

많이 허전하셨겠지.

 

그러고는 올 봄.

화분에 작은 꽃들과

상추/파브리카/고추/부추/깻잎/방울 토마토 등을 심으셨네

작은 화분에도 얼마나 옹골차게 열매를 맺던지

주변 식구들에게 다 나누시고

서울 本草에게도 깻잎을 절여 택배로 보내시면서

파브리카/고추를 같이 넣어주셨어

 

오늘 아침에도

내 아이들과 파브리카/풋고추/정구지/깻잎으로

아침을 해결했어

아들에게 할머니의 말씀을 곁들였지

"꽃보다 열매란다, 할머니께서"

세월이 흐른 후, 내 아이들의 머리 속에 할머니의 기억으로 꿈틀' 살아날거야 

 

또한 나는 알아

아버님의 큰 빈자리에

꽃나무 작은 자리도 어머니에게 그늘이 되고 슬픔이 되었다는 걸.

  

얼마전 아침 안부전화에 어머니께서

망설이다가 내게 몇번 다짐을 받으셨어

"웃지 말거라, 웃지 말거라" 

"네. 어무이~ 말씀하이소~ 약속하께요"

"들어 보거라"

- - - - - - -

 

고독이 스며들어 괴로울 때

행복했던 지난 추억을 생각하다 잠이 들었네

 

나란히 걷던 당신에게 물었소

"외롭고, 괴롭네요"

"당신은 어때요?"

"나도 그렇다"

 

고맙네요

88세 노년의 고독을 당신의 동감(同感)으로 달래었소

 

어머니의 글에 웃을 수가 없었다

깜짝 놀랐고 슬펐다

왜 슬프고 놀랐는지 이해되시리라

- - - - - - -

 

나도 그렇다

나는 갠찬타

너거 어무이 좋도록 해라

너거 어무이 가고 싶은데 가자

너거 어무이에게 물어봐라

너거 어무이 묵고 싶은것 묵자

너거 아아들 좋은데 가자

너거 조은대로 하자

 

외식/외출을 갈때거나 언제나, 어디서나

내 아버님의 말씀들이셨다

 

어제 이발을 하다 거울에 비친

아버지를 보았어

아버지를 얼핏 닮은 내 모습에서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을.

그러자 수줍어 하시며 내게 고백하던 어머니의 절절한 글도 생각나데.

 

어찌 열매나 꽃이 자식보다 나을 것이냐?

어찌 자식이 든든한 신랑보다 나을 것이냐?

 

 

여름비 추적거리는 저녁에

사무실에서 부가세 신고 서류를 챙기다가,

어리석고 어리석은 셔블칭구가..

 

* 문득 공자님 말씀이 생각나구나

   어리석구나 回(안회)여~

   어리석구나 政(용정)아~

   사능기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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