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열매: 동감(同感)
2012.07.15 20:38
부산 本家의 마당에는
철마다 꽃이 만발했었다
그래서 어머니는
"곁에 같이 있는 꽃들이 자식보다 낫다"고 말씀하셨는데..
꽃나무 뿌리들이 오래된 건물에 균열을 키우자
작년 이맘때 혼자서 인부들을 불러 건물 보강을 하고
정든 꽃나무들을 정리(情離)하셨어.
많이 허전하셨겠지.
그러고는 올 봄.
화분에 작은 꽃들과
상추/파브리카/고추/부추/깻잎/방울 토마토 등을 심으셨네
작은 화분에도 얼마나 옹골차게 열매를 맺던지
주변 식구들에게 다 나누시고
서울 本草에게도 깻잎을 절여 택배로 보내시면서
파브리카/고추를 같이 넣어주셨어
오늘 아침에도
내 아이들과 파브리카/풋고추/정구지/깻잎으로
아침을 해결했어
아들에게 할머니의 말씀을 곁들였지
"꽃보다 열매란다, 할머니께서"
세월이 흐른 후, 내 아이들의 머리 속에 할머니의 기억으로 꿈틀' 살아날거야
또한 나는 알아
아버님의 큰 빈자리에
꽃나무 작은 자리도 어머니에게 그늘이 되고 슬픔이 되었다는 걸.
얼마전 아침 안부전화에 어머니께서
망설이다가 내게 몇번 다짐을 받으셨어
"웃지 말거라, 웃지 말거라"
"네. 어무이~ 말씀하이소~ 약속하께요"
"들어 보거라"
- - - - - - -
고독이 스며들어 괴로울 때
행복했던 지난 추억을 생각하다 잠이 들었네
나란히 걷던 당신에게 물었소
"외롭고, 괴롭네요"
"당신은 어때요?"
"나도 그렇다"
고맙네요
88세 노년의 고독을 당신의 동감(同感)으로 달래었소
어머니의 글에 웃을 수가 없었다
깜짝 놀랐고 슬펐다
왜 슬프고 놀랐는지 이해되시리라
- - - - - - -
나도 그렇다
나는 갠찬타
너거 어무이 좋도록 해라
너거 어무이 가고 싶은데 가자
너거 어무이에게 물어봐라
너거 어무이 묵고 싶은것 묵자
너거 아아들 좋은데 가자
너거 조은대로 하자
외식/외출을 갈때거나 언제나, 어디서나
내 아버님의 말씀들이셨다
어제 이발을 하다 거울에 비친
아버지를 보았어
아버지를 얼핏 닮은 내 모습에서 그리운 아버지의 모습을.
그러자 수줍어 하시며 내게 고백하던 어머니의 절절한 글도 생각나데.
어찌 열매나 꽃이 자식보다 나을 것이냐?
어찌 자식이 든든한 신랑보다 나을 것이냐?
여름비 추적거리는 저녁에
사무실에서 부가세 신고 서류를 챙기다가,
어리석고 어리석은 셔블칭구가..
* 문득 공자님 말씀이 생각나구나
어리석구나 回(안회)여~
어리석구나 政(용정)아~
사능기 뭔데?
댓글 4
-
최인목
2012.07.16 10:32
-
이승진
2012.07.16 11:03
철인, 오랜만일세 *J^
간밤 비바람치는 속에서도 파발을 띄워놓았네.
반가워~
'철인 本家의 마당'에 핀 꽃이야기에
어머니의 '허전한 情離'에 나 역시 허허롭지만,
'꽃보다 열매'라는 의견엔 나도 同感일세.
철인, 이 열매를 본 적이 있으신가?
-
정용정
2012.07.16 11:07
'고독이 스며들어' 첫 마디에 깜짝 놀라고,
'동감'이란 단어에 더 더욱 놀랐어
(사실 스며들기' 보다는 저며 들었을 것이야~)
초등학교도 채 마치지 못하시고
올해로 88세이신데...
'梨大 나오신 엄니'가 그립재, 인목아~
나는 니캉 즐기던 '광장시장 지글지글 빈대떡과 막걸리 낮술'이 그립다
비가 올 적마다...
그새 들어오셨소, 찍선생?
노량진 장보고後, 아점'을 막 마치고
홈피 출석했는데...
꽈리'가 풍선초'요?
Always, Thanks a lot!
-
이승진
2012.07.16 13:16
생김새에 걸맞게 '풍선초'란 이름으로 불리는 것인데,
고놈의 꽈리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씨앗이 참 깜찍하디우~
외양은 검정옷을 두르고선 하얀색으로 커다랗게 하트 모양을 새겨 놓았는데.
올 봄에 씨알 둘을 앞마당에 심었었는데.
지난 며칠, 억수같은 비바람에 고놈의 안부 궁금증에 날이 갠 아침나절에 나가보았더니.
이렇게 꿋꿋하게 비바람을 견디고는... 우렁우렁 하트 여럿을 키우고 있더란 말이시.
아직까지도 남아서 피고지는 하얀꽃에는 벌들이 코를 박고 다니고 있네만...
요넘을 쳐다보고 있으면 그저 마음이 푸근해.
'꽃보다 열매'란 엄니의 말씀이 이해가 된다네.
....... 同感.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63 | *8월서부지회정기모임* [2] | 최주홍 | 2012.08.07 | 1561 |
3162 | 그리스 산토리니 섬에나 가볼까요? [1] | 이승진 | 2012.08.01 | 634 |
3161 | 올 여름 휴가, 필수 여행코스를 추천합니다 | 동기회 | 2012.07.24 | 814 |
3160 | <논어 혹설> 13 - 공자의 로맨스 [1] | 한형조 | 2012.07.22 | 741 |
3159 | ◆돔부지회 번개팅◆ | 김부영 | 2012.07.18 | 1037 |
3158 | 천지를 보러가다.... [2] | 서수교 | 2012.07.18 | 684 |
3157 | 우리에게 정말 부족한 것 [1] | 이승진 | 2012.07.18 | 546 |
3156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 김헌주 | 2012.07.16 | 428 |
» | 꽃보다 열매: 동감(同感) [4] | 정용정 | 2012.07.15 | 668 |
3154 | 人生은 하나의 神을 誕生하기 위한 過程이다. | 김헌주 | 2012.07.11 | 527 |
3153 | 비 오는 날, 우리 '꽃구경' 가요 [1] | 이승진 | 2012.07.11 | 731 |
3152 | 금정산 종주 정기산행 [4] | 악우회 | 2012.07.10 | 825 |
3151 | 창원동기회에 다녀왔습니다. [4] | 사무국장 | 2012.07.06 | 1196 |
3150 | 이건 어떨까요? 추천합니다. [6] | 이승진 | 2012.07.03 | 3920 |
3149 | Somewhere my love [2] | 이병태 | 2012.07.02 | 802 |
3148 | 자이언츠 야구관람 행사 | 장동수(39) | 2012.06.29 | 686 |
3147 | 이미 행복한 사람입니다. [3] | 박종규 | 2012.06.29 | 617 |
3146 | 백두대간 종주 기념 사진첩 제작 [3] | 이승진 | 2012.06.29 | 631 |
3145 | 지난 1월 봉자네 벙개 [2] | 고영호 | 2012.06.28 | 762 |
3144 | 서부지회 정기모임을 마치고 [2] | 서부지회 | 2012.06.27 | 712 |
그러고보니 두양반 없이 지낸지가 33년,20년지나갔네 인제 내 차례인가? 잘해 드리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