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우리 '꽃구경' 가요
2012.07.11 12:45
비, 하염없이 내리는 날,
"뭐 마땅한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행복한 동행'에서 장사익을 소개한 글을 읽고,
'노모의 지혜'라고도 불리는 '고려장' 풍습을 '꽃구경' 으로 열창하던 그의 소리를
억수같이 나리는 빗속에서 다시 듣고 싶어졌다.
우리 시대의 소릿꾼, 장사익은 충남의 한 농가에서 7남매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가난한 시골생활을 견디지 못해 무작정 상경한 그는 보험회사를 시작으로 무역회사, 가구점, 독서실 등
무려 열다섯개가 넘는 직장을 전전했다. 1992년 카센터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그는 생각했다.
생활에 쫓겨 어느덧 마흔을 넘은 인생, 딱 3년만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해 보자고.
그리곤 그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종이 위에 적어 내려갔는데, 그 중 하나가 1980년대부터 독학으로 배운 태평소였다.
그는 평소 인연이 있던 이광수 사물놀이 패를 찾아가 무임금 단원으로 합류했다.
사물놀이 끝에 벌어지는 뒤풀이에서 그는 종종 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는데, 뜻밖에도 숨겨진 노래솜씨가 수준급이었다.
민요도 대중가요도 아닌, '장사익' 스타일의 오묘한 음색.
그 재능을 한 눈에 알아본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추천으로 그는 1994년 홍대 앞 소극장에서 조촐한 데뷔무대를 갖는다.
그 때, 그의 나이 46세였다.
어느덧 데뷔 18주년을 맞은 그는 말한다.
"몇 십년을 돌아 길을 찾았어요. 세상에는 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늦가을에 피는 꽃도 있지요.
제가 일찍 노래를 시작했더라면 진짜 소리꾼이 못되었을거예요. 하루 아침에 가수가 된 것도 아니고요.
농악대를 하던 아버지에게 음악적 영향을 받았어요. 어린 시절 매일 산에 올라 웅변 연습을 했고요.
열다섯번이나 직장을 옮기며인생의 질곡을 겪은 것이 도리어 깊은 소리를 만들어 주었어요."
그는 가수가 돼야겠다고 집착하지 않았다.
때를 따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듯 재능과 기회에 충실했더니 어느 날 그렇게 만개했다.
가을 국화같은 소리꾼으로. ('행복한 동행'에서 옮긴 글입니다)
아래 소스코드를 클릭하시라.
장사익의 소리에 성근 마음 한자락 내려 놓으시라.
http://www.youtube.com/embed/EL1AQQU0MpY
'꽃구경'이 끝나면 장사익의 다른 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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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youtube.com/embed/lKMh_ldF_h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