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꽃샘 추위와 꼬치집
2015.03.04 20:55
이 순간
- 피천득 -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9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 피천득 선생이 83세에 내신 시집에
실려 있는 詩라고 하네.
- - - - - - - - - - -
지난 주말부터 한강 고수부지의 둔덕에
쑥의 싹들이 쑥~하고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허허~
3월의 때아닌 꽃샘 추위에
그 싹들이 어찌 버티실려나?
야속하구만...
어제는
10시 반 아침 식사를 하고는
이것저것 자질구레 잡무를 하느라
낮밤 내내 굶고 있었지.
더런 성질머리, 몰융통성(?)에
직원들에게 밥 차려달란 소리를 못 하고.
이런 걸 밥장사 밥 굶는다는,
'밥장사의 아이러니'라고 한다네.
(뻥 아녀~ 밥장사 해 본 사람들은 다 알아)
드뎌
마누라 가게까지 마치고 나니 또 밤 12시.
주린 속을 채우려
아내와 집 근처 꼬치구이집에 앉았지.
이천이백원 파닭꼬치 4개,
보약 '처음처럼' 1병, 그리고 하얀 단무지 한 접시.
아내는 듣고,
本草 주정뱅이는 계속 씨부리고..
안타깝게도
남은 1/3 병 소주는
엄처嚴妻에게 뺏겨서 마시지도 못 하였어.
갈수록 무서워지는 아내의 구박은 야속하더구만.
-.-;
人生
꽃샘 추위도 야속하고,
꼬치집에 남겨놓은 소주 1/3 병은
더 야속하고 서럽더이다
그러나
중앙일보 오늘의 詩.
83세 소년의 마음으로 쓰신 피천득샘의 詩를 읽고서야,
깨달았어!!
꽃샘 추위조차도 고맙고,
엊밤 아내의 구박마저도 고마워 할 일이란 걸.
셔블 야부리 이 칭구
정말 약게 살재?
아니..
아니..
간도 쓸개도 엄시, 약아빠지게 살재?
봄아~ 먼 말인지 접수되재?
셔블 썰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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