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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오월 편지  

                                                  도종환 시인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 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여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메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 없이 흔들릴는 붓꽃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불어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 이 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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