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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시속 11.1km의 버킷리스트

2013.11.05 17:12

정무석 조회 수:758

달리기에 대한 오랜 기억은

내 고향 경남거창의 당시 초등학교 오리길을

등하교할 때와

학교가기 전부터 뒷산에 소먹이러갈 때 였었지.

 

고등학교 개교기념일 때 산복도로를 선화여상까지

왕복하곤 했었지.

 

늦은 나이에 공부하면서 체력도 하나의 시험과목이라 생각하고

신림동 뒷산과 해운대 장산을 달렸지.

 

서울에 온 후로 동신초등학교 급장인 용정이의 권유(?)로

동마에 출전한 이후로 15회의 풀코스를 뛰었네.

하프코스도 그 정도로 뛰었겠네...

 

개인적인 사정으로 약 1년의 공백기를 거쳐

11월 3일(일) 중마에 출전을 하였네.

 

42.195km 완주 기록 3:49:32

 

전날 비가 오고

출발시는 약간 쌀쌀하지만

햇볕도 없고 달리기에 좋은 날씨다.

내심 기록에 대한 욕심도 있다.

 

처음 출발 5km까지는 넓은 도로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원이 뒤섞이고 페이스 메이커도 보이지 않아

대충 뛴다.

 

랩타임 5분 30초 그런대로 괜찮다.

 

10km까지도 페이스가 5분 6초대로

좋은 편이다.

오버페이스가 아닌가 하면서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간다.

 

도로변의 은행나무와 가지가지 나무들이 형형색색의 옷으로

치장을 하였다는 것을 인식할 정도로 약간의 여유가 있다.

 

15km까지 방이역에서 송파역을 거쳐 탄천교를 거쳐

다소 내리막길로 간다.

25분 40초.

아직 페이스가 좋은 편이다.

 

15km에서 20km까지는 약간 경사가 있으면서 성남공항을 따라

시흥사거리까지 직진한다.

하프까지 기록이 1시간 46분 정도이다.

약 3주전의 하프 마라톤의 기록인 1시간 42분대에는 못미치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면서 달린다.

 

준비한 파워젤을 하나 먹는다.

 

20km에서 반환점인 25km까지는 계속 내리막길이라 별 어려움없이 달린다.

이제 나를 앞서가는 사람보다 내가 앞서가는 사람이 더 많아

약간은 안심하면서 달린다.

 

25km를 턴하고 물과 바나나를 먹고 이제 오르막을 오른다.

서서히 지쳐온다.

가자.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이라고

마라톤 하는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생각난다.

아직까지 버틸 수 있으니 가자.

 

그래 고등학교 때도 그랬지.

1학년, 2학년 때는 학년에서 10~30등 내에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기억에 “賞”이라는 한문에 테두리 둘러진 도장이 찍힌 공책을

다섯권 정도 받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3학년 때는 내가 오늘 너무 무리하면 내일 공부에 지장있을지도 몰라?

하는 순간 속도가 느려지고 결과도 학년에서 백등 이하로 되었지.

역시....

 

30km, 35km를 힘들지만

중간에 약간의 언덕이 있는 길을 꾸역꾸역 달린다.

준비한 두 개의 파워잴 중 나머지를 먹는다.

 

입에서도 단내가 난다.

 

다리가 무겁다.

 

이제 가다 쉬다 하는 모드로 몸과 마음의 제어부가 작동한다. 

신발 안에 모래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죄없이

도로변에 앉아 신발을 벗고 양말을 털면서

휴식을 취한다.

달린다.

힘든다.

걷는다.

 

스폰지 보급대가 나온다.

스폰지 두 개를 들고 모자를 벗고 물을 짜서 정수리부터 흘러내린다.

시원하다.

또 한번 더....

다리에 물을 짜서 흘린다.

 

가다가 연고없는 곳에 가서

콜라를 얻어 먹는다.

간다. 걷는다. 힘든다.

 

왜 내가 이 고생하지.

앞으로 그만할까.

 

또 달리기 동호회에서 꿀물을 얻어 먹고 걸으면서 간다.

달린다. 걷는다.

 

다리가 걷기에도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잘도 간다.

 

약 7km를 시속 8km 정도로 달리고 쉬고 걷고 한 것 같다.

 

다 끝나고 달린 과정을 복귀하면 더 참고 달려야 했을걸.

좀 참았으면...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

 

잠실 운동장이 보인다.

약간 경사진 마지막 피니쉬 진입길을

양쪽에서는 수많은 응원객으로 둘러싸인

레드카펫(?)길을

힘들지만 안 지친 척

약간 속도를 마지막 힘을 내면서 달린다.

역시 응원이나 페이스 메이커의 힘은 이래서 무섭구나.

 

메인스타디움에 들어온다.

약 300m 트랙을 돌아 결승점에 도착한다.

 

카메라빨 받으려고

편안한 인상을 지으려 해도 부자연스럽다.

 

골인점을 통과하는 칩소리가 “삐”하고 울린다.

 

올해 가을 농사 끝이다.

 

하지만, 버킷리스트는

60(+5)이 되기 전에 풀코스 100회,

최고 기록 330에 도전하고 싶다.

 

친구들아!!!

건강이 최고여....

다들 나름대로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어

꾸준하게 실천하기를...

 

그리고, 마음과 육체가 아프거나

불편한 동기들도 쾌차하기를 바라면서...

 

버킷리스트가 이루어지기를 선택한 무석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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