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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격세지감,

1.

아침으로 빵과 우유라...

 

88년 올림픽이 열리던 해, 유럽행, 15시간이 걸리는 비행시간에, 두번 나오는 기내식에 손도 대지 못했다. 내리자 마자, 검은 솥 하나, 쌀을 사서, 밥을 해서, 가지고 간 고추장에 비벼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무엇을 먹나란 화두(?)를 종일을 붙잡고 있었고, 한달쯤 지나서야, 학생 식당에서 한 끼는 양식(?)으로 때울(?) 수 있었다. .

 

2.

퀴즈노스는 재료가 신선하고, 빠르다. 간편하게 커피 한 잔과 클래식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

테이블에 앉았는데, 주방쪽에서 알바생 둘이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팀이 컴백했데요... 아직 때가 아닌 것같은데... 기획사에서 시켰겠지요... 한 때라, 인기 있을 때 돈도 벌어야 했을 거고... 그래서 ..... 기쁘면서도 슬퍼요?” 

 

나는, 혼자, 조용히 웃고 있다가, 다 먹고 나서, 그냥 나갈까 하다가... 

주방쪽으로 다가 갔다.

“아까... 나눈 얘기... 엿들으려 한 것은 아닌데... ”

두 사람이 놀라서, 눈을 똥그랗게 떴다.

“아니, 아니, 뭐, 컴플레인하려는 것이 아니고...”

 

“아까 한 말이 인상적(?)이어서 하는 말인데...”

여전히 둘은 경계심을 풀지 않고, 바짝 긴장한 얼굴이다. 

“세 가지가 인상적이었어요...”


“1) 현상의 이면을 파고 드는 자세에, 2) 비난 비판하기보다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3)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감정력...”

"좋은 품성이고, 자질이에요... 뭘, 해도 잘 할 것같네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자, 비로소 둘의 얼굴이 펴진다.

3.

원, 오지랍 넓기는... 누가 접장 아니랄까봐... 내가 본시 무심한 사람인데... 왜 그랬을까나... 추후, 회고해 보니, 


---

작은 이야기가 소중하다. 그리고 ‘칭찬’이나 ‘덕담’이 너무 인색해 졌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곧 바로 불평이나 협박으로 생각한다. 공감의 본유 능력이 억압되고 황폐해졌다. 자잘한 감정의 풍경을 논하는 것이... 한가한 사치라고 생각한다.

 

알바생의 덕목 중에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말할 수 있는 품성인지도 모른다.

 

이 시대, 


희노애락 가운데, ‘분노’와 ‘원한’이 주축이다. 정치적 파당, 이념적 대립, 그리고 사회적 격차와 실업 등이....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박탈했다.

中和, 마음의 평정과 감정적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인간이 이루어야할 모든 것인데...


아마도, 나는 그 알바생들의 대화에서, 오랜 인문의 프로젝트를 떠올리고, 가능성의 싹에 물정 없이, 느꺼워했는지도 모르겠다.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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