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지법!!!
2009.04.08 13:28
鏡虛(경허)스님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최인호의 “길 없는 길”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안거를 끝내고 경허 스님이 제자인 만공,혜월,수월 스님들과 함께 만행에 나섰다
무턱내고 시골길을 걸어 가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경허 스님이 먼발치에서 물동이를 이고 오는 처자를 보고 제자들에게 弄을 건다
“오늘 내가 축지법을 한 번 보여 줄까?”
제자들은 스승님이 오늘 뭔가를 가르쳐 주는구나 하고 기대를 잔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경허 스님은 물동이를 이고 오는 처자의 젓가슴을 만졌다
그러자 그 처자는 놀래서 이고 있든 물동이를 쏟아 버렸고
“사람 살려”라고 크게 고함을 치게 되었다
먼발치 정자에서 쉬고 있든 동네 청년들이 그 장면을 보고 뛰어오기 시작하였다
경허 스님은 그 처자의 젓가슴을 만지자 마자 출행랑을 하였고
뒤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제자들도 스승님이 달아빼기 시작하자 덩달아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면서 젓먹던 힘까지 쓰면서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달려 왔을까
경허 스님과 제자들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뒤를 돌아보고
이제는 아무도 뒤쫓아 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제자들에게 “뒤를 한번 돌아보게 우리가 불과 몇분 만에 얼마나 멀리 왔는가”
제자들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스승님 이제는 축지법을 그만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두 번 썻다가는 제 명에 못살 것 같습니다“
등산을 다니다보면 한 번 씩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데
불과 한 시간 전에 지나온 길도 아득하게 보이고
두시간 정도를 걷다보면 아예 어디에서 출발하였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발점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한걸음 한걸음이 축지법이 아닌 축지법이 되어 버린 것이다
나이를 먹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10년전 20년전 일이 엊그저께 일인 것 같은데
세월의 축지법을 쓴 것인가???
하루 이틀이 걸음걸이와 마찬가지로
축지법이 아닌 축지법이 되는 것이라면
오늘 하루를 마냥 흘러가게 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댓글 6
-
농소
2009.04.08 15:03
-
농소
2009.04.08 15:25
우리동네 백양사에서는
웬만해갓고는 도인 명함을 못 내민다.
밥 퍼다가
옥황상제님을 수시로 만나는 '공양주 보살'도 있고
눈 한번 희번득거려 손오공을 부르는
백양사 합창단 단원도 있다.
킁. -
박종규
2009.04.08 15:12
心外無物古今同(심외무물고금동)
마음 밖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다
백양사 법당보살은 縮地(축지)가 아니라 縮心法(축심법)이네 ㅋㅋ
한번 한 수 지도를 받아야 되겠네!!!! -
이승진
2009.04.08 15:20
사실 위의 사진을 찍을 때 느꼈던 마음이
박변이 이야기하는 '축지법'의 심정과 같더이다.
게다가 오늘 첫 발걸음 떼던 곳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지만,
생각조차 아예 떠오르지도 않았지요.
마루금 내내 걸으면서 우리네 인생도
이와
한 치도 다를바 없을거라 생각했지요.
세상살이가 말대로 '세월의 축지법'이라도 쓰는 걸까요?
솟구치는 의구심 거듭하면서도, 그새
대간길에 오른지 일년이 되어갑니다. -
고박
2009.04.08 15:40
15차에 벌써 일년이면 대간완주는 총 몇 년이나 걸리는기고?
정말 대단한 프로젝트 입니다!
박변!
오늘 하루를 마냥 흘러가게 안 할라믄 술이라도 같이 한잔 때리야 될까보다! -
박종규
2009.04.08 15:49
필름이 끊어질도록 마시면 縮歲(축세)
아깝다 아이가
그럼 조끔만 하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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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지법'이라면
우리동네 백양사 법당보살이 또 한 '축지'하거덩.
- 여으가 워듸여, 으따~ 거름냄새가 징해부는구마잉~~~
가부좌 틀고,
앉아서 구만리를 댕기오는 초로의 보살이
요사채 한 간 방, 앉은 축지법으로 연신 코를 킁킁대지 뭔가.
긍께, 어느 외양간 곁을 지나던 중이었나
아니믄, 어데
측간이라도 지나치는 길이었을랑가...
마...
오갈 듸 없는 그 노보살이
축지법 아니라 축지법 할애비라도, 못 할 것이 무에 있었겠는가 하는 거거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