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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축지법!!!

2009.04.08 13:28

박종규 조회 수:311

 

鏡虛(경허)스님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최인호의 “길 없는 길”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안거를 끝내고 경허 스님이 제자인 만공,혜월,수월 스님들과 함께 만행에 나섰다

무턱내고 시골길을 걸어 가다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경허 스님이 먼발치에서 물동이를 이고 오는 처자를 보고 제자들에게 弄을 건다


“오늘 내가 축지법을 한 번 보여 줄까?”

제자들은 스승님이 오늘 뭔가를 가르쳐 주는구나 하고 기대를 잔득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경허 스님은 물동이를 이고 오는 처자의 젓가슴을 만졌다

그러자 그 처자는 놀래서 이고 있든 물동이를 쏟아 버렸고

“사람 살려”라고 크게 고함을 치게 되었다


먼발치 정자에서 쉬고 있든 동네 청년들이 그 장면을 보고 뛰어오기 시작하였다

경허 스님은 그 처자의 젓가슴을 만지자 마자 출행랑을 하였고

뒤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제자들도 스승님이 달아빼기 시작하자 덩달아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면서 젓먹던 힘까지 쓰면서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어느 정도 달려 왔을까

경허 스님과 제자들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뒤를 돌아보고

이제는 아무도 뒤쫓아 오는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제자들에게 “뒤를 한번 돌아보게 우리가 불과 몇분 만에 얼마나 멀리 왔는가”


제자들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스승님 이제는 축지법을 그만 쓰셔도 될 것 같습니다

두 번 썻다가는 제 명에 못살 것 같습니다“


등산을 다니다보면 한 번 씩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데

불과 한 시간 전에 지나온 길도 아득하게 보이고

두시간 정도를 걷다보면 아예 어디에서 출발하였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시발점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한걸음 한걸음이 축지법이 아닌 축지법이 되어 버린 것이다


DSC00057.jpg


나이를 먹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10년전 20년전 일이 엊그저께 일인 것 같은데

세월의 축지법을 쓴 것인가???


하루 이틀이 걸음걸이와 마찬가지로

축지법이 아닌 축지법이 되는 것이라면

오늘 하루를 마냥 흘러가게 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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