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호일(漢陽好日)
2015.02.28 16:35
한양호일(漢陽好日)
- 서정주 -
열대여섯살짜리 소년이
작약꽃을 한아름 자전거 뒤에다 실어끌고
이조(李朝)의 낡은 먹기와집 골목길을 지내가면서
연계(軟鷄)같은 소리로 꽃사라고 웨치오.
세계에서 제일 잘 물디려진 옥색(玉色)의 공기 속에
그 소리의 맥(脈)이 담기오.
뒤에서 꽃을 찿는 아주머니가 백지(白紙)의 창을 열고
꽃장수 꽃장수 일루와요.
불러도 통 못알아듣고
꽃사려 꽃사려
소년은 그냥 열심히 웨치고만 가오
- - - - -
셔블은 볕 따셔서, 날 따신 2월의 마지막 좋은 날.
기러기 울음소리 같은 好日~好日~
동무들 다들 잘 계시겠지 방심했던 틈새에
궂은 일, 슬픈 일들이 많았네.
벌써 그럴 나이가 되어버렸을까나?
아푸고, 아푸네~
우리 人生도
"꽃장수 일루와요" 소리를 못 듣고
"꽃사려, 꽃사려" 웨치다가
허망스럽게 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
아푸고, 아푸네.
설 前날 부산 갔다가,
설 當日 漢陽 오느라 칭구들 얼굴도 못 보고 왔다네.
꽃 같은 부산 친구들 얼굴도 몬보고..
열대여섯 철 없는 소년처럼, 어리석게도..
말 빤치 좋고, 잔머리 순발력 최고인
사랑하는 내 친구 천장호가, "써야 내 돈!"이라 갈카줏는데
바보처럼 늙어가면서 핑계만 늘었네, 바쁘다는...
언제 철들랑공?
고마 씨부릴란다. 낮술에 째릿따.
그래도 할 말은 할란다.
장호야~ 이노무 시키야~
퍼뜩~ 낫거라!
카부도 던지고, 직구도 던져야지~
기별야구 하는 봄이 오고 있는데..
셔블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