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경칩驚蟄
2007.03.19 21:54
네 눈동자
봉숭아 한 꽃송이에게 눈길을 주라
무논을 채우고 있는 청개구리에게 눈길을 주라
저기 아장대는 아이에게 눈길을 주라
한 줌의 흙에서
봉숭아가 그 순정한 꽃잎을 피울 수 있었던 까닭은
누군가의 눈길을 받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속눈길을 받는 순간
그의 품속에 들어가 하늘에 닿았기 때문이다
네 눈동자 속에 저들의 빛깔이 있다
네 눈동자가 결국은 저들의 삶의 길이다
우리 서로 눈길을 거두었던 지난 세월을 보라
타는 눈빛이었다, 서로의 가슴에 불무질일 뿐인
불타는 세상이었다
봉숭아 한 꽃송이에게 눈길을 주라
눈보라 속을 날아가는 철새에게 눈길을 주라
우리는 서로
그 누군가의 눈길을 받아야 이 세상에 닿는다
- 백창일 시인, 시집 '모든 사랑은 첫사랑이다' 중에서 -
'Aayi Teri Yaad' song by 'Alisha Chin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