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근심은 허수아비다.

2010.01.29 15:28

박종규 조회 수:187





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
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

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
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

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

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른다.

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


----이외수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중에서 ---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43 동기회 국장 모임 [2] file 동기회 2008.10.09 32218
3742 2014년도 동기회 연회비 납부 (5월13일) [1] 동기회 2011.11.29 21734
3741 2014년 5월, 수입 & 지출 내역 동기회 2012.04.12 18695
3740 박석기 동기 개업식에 다녀 왔습니다 [4] file 이승진 2008.04.14 14301
3739 南國寒泳日記 (4) - 어느, 대취한 날... [3] 한형조 2013.02.06 11690
3738 칠불통게(七佛通偈) [1] 박종규 2012.10.23 11546
3737 제 5회 용마당구대회(재경) 재경동기회 2012.10.24 10245
3736 중년남성이 이혼 ‘당하지’ 말아야 할 7가지 이유 박인정 2012.11.18 8784
3735 2012년 재경동기회 정기총회및 송년회 안내!!! [4] 심재구 2012.11.21 8048
3734 19시간30분 동안 장재훈 결혼식 다녀오기..!! [2] 서동균 2012.11.25 7983
3733 *12월 서부지회 정기모임겸 송년의밤 행사* [1] 최주홍 2012.11.09 7948
3732 장재훈 동기 장녀 결혼식 (11/24) 알림 [5] 동기회 2012.11.05 7935
3731 울산동기회 정기모임에 다녀왔습니다 [2] 사무국장 2012.11.26 7686
3730 ABC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 포토e북 이승진 2012.11.20 7532
3729 감사 드립니다 !! [2] 장재훈 2012.11.26 7456
3728 정해림 '마음으로 보는 춤' 공연후기 [1] 사무국장 2012.10.31 7428
3727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諸行無常 박종규 2012.11.09 7275
3726 우리의 대접 스퇄~~(19일 서부지회 모임) [4] 서동균 2012.10.20 6778
3725 50대 남자 소리 없이 울고있다 박인정 2012.10.27 6449
3724 임길호 장녀 결혼식 (11/04) [2] 동기회 2012.10.26 636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