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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봉하마을에서

2009.05.31 19:59

정정남 조회 수:304




      나는 작년 서면의 촛불에 이어
      이번 국민장 조문에서 희망을 보았다.
      58년 개띠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괜찮았다.


      저나 나나 가난하게 자란 탓에,
      옥수수빵 배급과 함께 우유도 받았다, 안 받았다 갖고 내길 거는 주제지만,
      가진 자의 편을 드는 58년 개띠도 적지 않아
      나로선 이유를 알 수가 없지만,
      판단이나 생각은 틀릴 수도 있으니까,
      친구는 친구니까,
      정치적 소신을 두고 친구와 다툴 일은 없다.


      가난하게 자라나지 않은,
      우리들에 비하면 넉넉하게 자라났을,
      30대와 40대가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앉고,
      봉하마을을 밤샘 조문하며 안 가진 자의 편을 들어
      역시 나로선 이유를 알 수가 없지만,
      왠지 흐뭇했다.


      생각이 다른 자가 서로 모여,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어울려 사는 세상이,
      생각이 같기 때문에 싸울 일이 없는 세상보다,
      훨씬 좋은 세상일 테니까.

       

      가진 건 없지만 가진 자를 편드는 사람과
      가진 게 있음에도 안 가진 자를 편드는 사람이 서로 섞여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여고생의 '촛불'이 말하는 듯했다.


      그 여고생에게
      고딩때 배운 조병화의 '의자'가 물려진 것 같아
      이 58년 개띠는 마음이 홀가분했다.
      발인제를 보고 나오는 길은
      고인 논물 위로 아침해가 비쳐
      열심히 일해야 할 모내기철임을 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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