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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공연장은 돗대기 시장처럼 어수선했다. 나는 티켓팅의 혼선으로, 무대가 잘 안보이는 구석쪽 자리로 부당하게(?) 밀려났다. 50-60대가 주력(?)인 청중들은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추자 누님의 공연은 실망스러웠다. 음정은 불안정했고, 고음은 주저앉았다. 가사는 들리지 않고, 마이크의 웅얼거림만 떠돌았다. 계단에 자주 주저앉았고,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불렀다. 


뒤로 벌렁 누워, 다리를 V자로 번쩍 들어올린 퍼포먼스는 엽기적(?)이었다. 


그 모든 것을... 내 앞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곤혹스러웠다. 청중들의 반응은 싸아했다. 아마도 오랜 기대에 대한 배반의 실망을... 그렇게 침묵으로 씹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로 나온 미남 오상진 아나운서는... 머쓱한지 이런 멘트를 했다. 


"재가 본 공연 중에, 이렇게 반응이 없기는 처음이네요..." 


노래 중간 중간... 시도한 김추자와 대화는, 중심도 임팩트도 없는 넋두리 수준에, 그나마 말을 맺지도 못했다. 어느 취한 아줌마의 맥락 없는 수다를 듣는 듯했다. 


공연 내내 나는 피천득의 <인연>을 떠올렸다. 아사코처럼...“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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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로 나온 전인권의 노래가 끝날 때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님의 면전에서 일어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싶어...) 


문을 나서고, 귀가하는 길에... 내내 전인권의 강렬한 멘트가 귀를 맴돌았다. “김추자, 선배를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에게 자유를 가르쳐 주신 분입니다!” 


그랬지... 


그 시절,

다들... 엔카 풍의 애잔함으로... 감성을 팔고 있을 때, 판탈롱에 과감히 몸을 흔들며, ‘생명’을, 살아있음을 과시했던 아방 가르드?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그때, 손가락 기관단총(?) 앞에, 모든 수상한 근엄한 것들은 여지 없이 무너졌지. 


웃고 떠들고들 있지만, 예의바른 의상과 제스쳐가... 그 모든 것이 허위요 위장된 이기라는 것을... 찔러대는 단도직입! 


'벌거벗은' 임금님을 웃어대는 어린아이의 '폭로'가 거기 있었다.  

 

제 발이 저린 당국은, 곧 바로 이 ‘불온한’ 노래를 금지곡으로 묶었지.  


온 몸으로 노래하는 가수는 사실 많지 않다. 이 시절은 더 하다. 미성에 간드러지거나, 행사용 뽕짝, 아니면 립싱크로 입만 달싹이거나, 무리지어 댄스를 ‘보이는’ 인형들에 비견할 바 천만 아니다. 


그럼에도... 


추자 누님의 파격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누구나 이제 자유롭게 엉덩이를 흔들고, 파격을 연출한다. 빛바랜 낙엽처럼... 각설이 복장에, 헤드 뱅잉을 하고, 몸을 흔들고 있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충격이 아니고, 신선하지도 않은 것이다. 


아, 세월이여... 한 시대의 파격은 다음 세대의 진부함이 된다? 


“늦기 전에...” 다시 오겠다는 결심을 한 용기가 대단하다. 그러나 전설로 남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내 생각이다.  


다음날의 공연은 또 달랐다고 한다. 그러나 내게는 첫날의 그 공연이 전부인 것을... 

 

쓸쓸하고, 씁슬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당분간 누님의 노래를 못 들을 것같다. 


기획측이 내게 ‘미안하다’며 내민 김추자의 신보 앨범을 받아들긴 했는데, 그러나, 아직 무서워서(?) 뜯지 못하고 있다.  한 달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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