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苦가 있다.
2011.03.15 15:00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네가지 성스러운 진리’가 있다. 즉, 우리가 잘 아는 ‘四聖諦’라고 일컫는다 그 중 첫 번째 성스러운 진리로 苦聖諦가 있다. 고성제는 “인생은 고통이다” 또는 더 간단히 “고통이 있다”라고 풀이를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생, 노 , 병, 사의 四苦에다가 求不得苦(구부득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 愛別離苦(애별이고: 사랑하는 것과 이별을 해야 하는 고) 怨憎會苦(원증회고: 원한과 미움을 맞이해야 하는 고) 五陰盛苦(오음성고: 오음이 치성하여 생기는 고)를 더하여 八苦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첫 번째 성스러운 진리를 번역할 때 흔히 사용하는 ‘고통’이라는 단어는 처음 읽거나 들을 때 ‘극단적인 고통’이나 ‘장기간에 걸친 불행’을 떠올릴 수 있어 현실감이 떨어진다. 부처님이 설법을 하면서 사용하였던 언어는 그 당시 평민들이 사용하는 ‘팔리어’였는데, 그 '팔리어'로 된 경전에 의하면, 苦는 ‘두카’라는 단어를 번역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두카’라는 의미는 오늘날 일상적으로 쓰이는 불편함, 불건강, 불안, 불만족과 같은 의미에 사실상 가깝다고 한다. 그러므로 첫 번째 성스러운 진리인 ‘苦’는 불치병, 암 등과 같은 극단적인 고통 뿐만아니라 살아가면서 무엇인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을 포함하여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다. 진리는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것이다 고성제의 고를 이와 같이 폭 넓게 이해하게 되면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소외감’ ‘어색함’ ‘외로움’ 등과 같은 감정들도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당연히 느끼는 것이라고 삶의 본연의 모습을 여실히 알게 된다. 남자들이 군대를 입대하여야 하는 것을 보자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누구든지 군복무를 하여야 한다 ‘나’만 군에 가는 것이 아니고 ‘누구든지’ 군에 입대를 하여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 고통을 감수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삶에는 두카가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게 되면 식료품 가게에서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짜증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평범한 일상으로 여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나아가 내가 행복을 원하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원하는 것처럼 타인도 행복을 원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는 사실에 눈을 뜰 수가 있다.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왜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 걸까? 얼룩말은 언제 어디서든지 사자 등 포식자라는 '두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풀을 뜯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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