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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한 열흘, 실크로드를 방문하고 왔다. 이번 학기는 수업이 많았다. 강의 마치고, 열흘 실크로드를 다녀왔다.

월요일, 쉴 틈도 없이, 일본학자를 만나 저녁까지 먹고, 와중에 사랑니 하나를 간만에 뺐더니, 아직 얼얼하다.


여행 중 메모해둔 것... 두면 그대로 휘발할 것같아, 이틀을 내달려 정리한 것을... 같이 간 답사팀에 보냈다. 이런저런 인사를 받고 보니, 동기들에게도 보낼까 하는 생각이 일었다.


그동안 격조했기도 하고, 간접으로라도, ‘같이 여행다니는 의사(擬似) 체험’은 되지 않을까하는... 다녀온 사람들은 새삼 회억할 시간을 주고...


원고지 250매는 되는데, 너무 길면, 또 저번 예식장 축사처럼, 툴툴 불만이 낭자할 것이므로... 줄여서, 올려보기로 한다. 사진 몇 컷, 끼워 넣고...


이열치열, 열사의 사막, 그 불모는 과시 힐링에는 그만이었다. 이전에, 그 어디메쯤, 살았지 않았을까 하는, 데자뷔, 기시감까지 있었다.

그곳, 고비, 타클라마칸, 사막의 열기로, 안팎의 습기도 말리고, 곧 닥칠 무더위도 그까이꺼, 아울러 상쇄시키는 효과... 한 둘 있으면 다행...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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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안을 거쳐, 천수로...


- 정오, 시안(西安)에 도착! 우연히 대통령과 같은 날 이곳을 밟게 되었다. 장춘 출신의 가이드가 나와 있다. 호리호리한 얼굴에, 이북 사투리가 여전하다. 곧 적응이 되었다. 버스는 위수(渭水)를 지나고 있다. “강태공이 낚시 하던 곳”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그렇지, 이곳은 주(周)나라 도읍지 호경(鎬京)이다.


*鎬는 이름 그대로 高, 벌판에 세운 누각, 이를테면 현대의 빌딩 숲을 상징하고 있다. 공자의 이상은 주(周)나라의 정신과 문화였다. 꿈에서도 창업의 현신 주공(周公)을 만나면서 감격해 했다. 그 현장을 지금 지나고 있다.


- 조금 더 가니, 휴게소 근처에서 기(岐)라는 이름의 표지를 두엇 보았다. “저기구나. ‘공자가 꿈에도 그리던’ 주 나라의 발원지...

<맹자>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웃나라가 이 백성의 땅을 넘보고 있었다. 곡식을 주고, 패물을 주어도, 행패는 줄어들지 않았다. 전쟁을 했다간, 애꿎은 백성들이 죽어나갈 판이었다. 지도자는 조용히 혼자 떠나기로 한다. 그런데 이런, 백성들이 다들 짐을 싸들고 따라나서는 것이었다. ‘의로운 사람이다!’ 정든땅을 버리고... 그래서 이동해 정착한 곳이, 기(岐)땅이었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자신의 야망보다 백성들의 안위를 앞세우는 것, 이 유교 정치의 이념을 인정(仁政)이라 부른다. 그 발상지(?)에 서 있는 감회. 쫓겨운 땅이니 황량할 것이라 짐작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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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는 보계(寶鷄)를 지나고 있다. 단장님이 내게 마이크를 넘긴다. “지식을 공유합시다!” 문득, 지식이 공유가 될까? 하고 더듬다가(?) ‘불교’의 핵심을 짧게 짚어주기로 했다.


불교는 어렵다. 1) 근본 발상이 어렵고, 2)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면서, 너무 다양해서 어렵다. 3) 팔만의 장경이 버티고 있어, 어렵고, 4) 무엇보다 책 너머에서 체험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가장 어려운 것은 5) 이 체험을 지적인 언어로, 소통하고 독자적 표현을 얻기가 어렵다.


인도에서 발진한 불교의 개념과 어법은 ‘독특하다.’ 그것을 환골탈태, 길거리의 언어로 전해주는 헤르메스, 번역자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사막에서,

“마르코 폴로는 밤에 여행자를 불러내는 귀신에 대해서 적어 놓았다. 단조로움이나 피곤에 졸면, 대열에서 멀어지기 일쑤이다. 완전한 적막 속에서, 그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 그 소리를 따라가다가, 사막 속으로 영영 사라진 자는 또 얼마일 것인가.”


그렇다. 그것이 불교가 알려주고자 하는 진실의 핵심이다. “눈과 귀를 믿지 마라.” 그리이스에도 같은 충고가 있다. “눈과 귀는 나쁜 증인이다!”


낙타에 얹은 물통이 비어가서, 목이 타면, 그게 며칠을 계속되면 그야말로 신기루가 보인다. 아지랑이 속에서 어른거리는 시원한 샘물, 그러나 그건 모래일 뿐이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모든 것은 표상(representation, Vorstellung)일 뿐, 물 자체는 알 수 없다. 그리고 그 표상을 만드는 것은 의지이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였다. “눈이 있어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다. 보려는 의지가 눈을 만들었다!” 사막을 건너본 사람은 이 말에 전폭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현장 또한 사막의 귀신에 시달릴 때면, 죽음 근처에서 좌절할 때면, <반야심경>을 열심히 외웠다. 핵심은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우리가 보는 세상(色)은 공갈빵처럼, 부풀려 있지만, 그 속은 기실 비어있다.


고로, 그대가 보는 세상은 ‘너의 그림자’일 뿐이고, 너는 대롱 속에 갇혀 있다. 그 안대를 벗어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하나 둘, 그리고 여럿의 판단의 ‘길’을 가지는 것이 더욱 풍요로운 삶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다.


아이에게, ‘성적’만이 아니라, 취미와 교제를 묻고, 아내는 남편의 얇은 봉급을 타박하다가도, 문득 어깨 위에 묻은 비듬이 보인다면... 남편은 아내의 가계부가 궁금하기보다, 설거지 하는 손이 문득 애처롭다면, 그는 ‘깨달음’에 아주 가까이 간 것이다. 그 ‘생각’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관자재보살은 말한다. “그렇게, 색수상행식(五蘊, five heaps)이 모두 空함을 알고, 일체의 고통과 재난에서 벗어났다!”


- 다음 C교수님이 마이크를 잡고,


방금 지난, 보계의 독립운동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많은 이름을 어떻게 다 외우고 있을까. 상하이에서 시작한 독립운동은 뻬이징으로 이어졌고, 동력이 약화되면서 이곳 보계까지 왔다. 이회영의 활동과 신흥무관학교를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 아래 어떤 인물이 오해를 받다가, 그룹을 떠나 상업에 종사, 성공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떠도는 독립운동, 아나키즘, 민족주의 등등 노선 싸움도 복잡했구나” 하는 상념에 젖었다.


(*여기서 부터, 노트를 꺼내, 끼적이기 시작했다!)


- 가이드의 성은 이씨. 할아버지 가족이 하나는 북한, 하나는 남한, 하나는 중국에 있어, 이산가족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름 그대로 ‘상봉!’했다. 20여년 전 수교 후, 할아버지가 남한을 방문했을 때의 동네 풍경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못 사는 줄 알았던 남한... 좌르륵 펼쳐진 칼라사진에 담긴 남한의 발전상에 다들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남한 열풍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당시 남한의 한달 수입으로 식구들이 일년을 지냈다고 한다. 지금 조선족 동네에는 남은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다들 코리안 드림을 찾아 흩어졌다. 그도 서안에 정착해서, 가이드일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러나 한국어를 피한다.


나는 속으로... “다음 세대는 한족이 한국어를 배워 가이드를 하는 날이 오겠구나... 남한의 발전이 조선족의 공동체를 해체를 급속히 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 묻고 싶었는데 참았다. “그 와중에, 다치고, 죽은 사람들... 사기 당하고, 가족이 찢어진 경우도 무수하겠구나...”


그는 말했다. “조국이 잘 살아주어서 고맙습니다.” 빈말은 아닌 것같았다. 그의 지금의 삶이 남한을 떠나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 빈말이어도 좋다. 그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다...


- 집에서 새벽에 나와... 비행기와 차에 시달려.. 어느덧.. 한 밤중이었다. 천수(天水)에 여장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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