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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어느 차례 상의 병풍 문구

2013.03.05 00:43

한형조 조회 수:1022

저번 설 지나고... 며칠...


부산 거주... 동기 하나가, 휴대폰에 사진 몇 장을 찍어 보냈다.

보니, 한시가 적힌 병풍이었다.


“조카들이 <무슨 뜻이냐?> 묻는데, 몰라, 쪽팔렸다!”


남의 나라 말, 모르는 것이 당연한데, 당당히(?) 모른다 하면 될 것을... 하고 웃어 넘겼다. 그래 놓고, 볼작시니, 사진이 여러장, 계속 슬라이드로 도는데, 순서도 갈피도 모호했다.


1.

공자께서, “己所不欲, 勿施於仁”... 너 싫은 것은 남 시키지 말라고 당부하셨건만... 나는 가끔 눈 감고, 학생들에게 시킨다. “공부다! 짜슥들..”


학생들이 출전과 전고를 찾아 메일로 보내 왔다.


裛露收新稼, 迎霜葺舊廬.

別後空相憶, 嵇康懶寄書


興來書自聖, 醉後語尤顚.

床頭一壺酒, 能更幾回眼.


澗花然暮雨, 潭樹暖春雲

稀人跡, 簷峯下鹿羣.


呼兒采山藥, 放犢飮溪泉

自作養生論, 無煩憂暮年


개략, 번역은 이렇다.


“이슬 젖을 때, 새 농사 거두어 들이고, (즉, 추수하고)... 서리 내리면 묵은 이엉을 인다...” 裛露收新稼, 迎霜葺舊廬

“이별한 후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혜강처럼, 게을러, 편지 부치지는 않는다.” 別後空相憶, 嵇康懶寄書


“흥이 내키면, 마음대로 글씨 써대도, 좋고, 취한 후에, 되는 대로 지껄여도 좋으리...” 興來書自聖, 醉後語尤顚

‘상 머리에 술 한 동이... 자꾸, 그 쪽으로 눈이 가는 걸...어쩌누...“ 床頭一壺酒, 能更幾回眼


“골짜기 꽃들.. 저녁 비 속에 붉게 타고, 연못 가 나무는 봄 구름에 따뜻하다.” 澗花然暮雨, 潭樹暖春雲

“집에 사람 발걸음은 드물고... 처마 봉 아래... 사슴들만 내려온다...”門稀人跡, 簷峯下鹿羣.


“얘야, 산에 약초나 캐오려므나... 소 몰고, 개울에 물도 좀 멕이고...” 呼兒采山藥, 放犢飮溪泉

“홀로, 양생론이나 쓰면서, 늙그막에 번거로운 걱정...그만 접으련다...” 自作養生論, 無煩憂暮年


2.

순서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병풍 쓴 이는... <당시>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들을 짜깁기 해서 쓰셨다.


1) 첫 구는 皇甫冉 - 送元晟歸潛山所居 에서 땄다.

“深山秋事早,君去複何如。裛露收新稼,迎寒葺舊廬。題詩即招隱,作賦是閑居。别後空相憶,嵇康懶寄書.

2) 둘째 구는 高適의 醉後贈張九旭에서,

“世上謾相識, 此翁殊不然. 興來書自聖, 醉後語尤顚. 白髮老閑事, 靑雲在目前. 床頭一壺酒, 能更幾回眼.

3) 셋째 네째 구는 岑參 -高冠穀口招鄭鄠

“穀口來相訪,空齋不見君。澗花然暮雨,潭樹暖春雲。門徑稀人蹟,檐峰下鹿群。衣裳與枕席,山靄碧氛氳。”

4) 다섯, 여섯째 구는 馬戴- 過野叟居에서,

“野人閑種樹,樹老野人前。居止白雲內,漁樵滄海邊。呼兒采山藥,放犢飲溪泉。自著養生論,無煩憂暮年。


3.

여러 군데서...뽑은 솜씨도 교묘한데... 옛 시의 ‘풍경’이나 ‘정서’가 비슷해서 따오기 쉽기도 하다. <은자>의 일상을 풍경화처럼 집어주고 있다. 그렇지만, 단락의 의미가 끊기고, 따로 노는 느낌도 어쩔 수 없다.


‘혜강’은 교과서에서 배웠듯, 죽림칠현 가운데 한 사람이다. 조조의 위 나라가 두 대에 걸쳐, 희미해지고... 사마씨들이 득세하던 시절을 살았다. 워낙 거물이라서... 포섭하려고 무던 애를 썼는데, 결국, <은거>를 택했다. 친구 하나가 자신을 후임으로 천거하자... 그놈 하고는 상종을 안하겠다 하고서는 <절교서>를 보낸다.


그 문구가 이렇다.


“나는 자네와 더 이상 교제할 마음이 없네. 옛날 군자는 절교할 때 추잡한 말을 뱉지 않는다 했으니 이것으로 결별하세. 이별에 임하여 한스럽기 그지없을 뿐이네. 無心復與足下交矣, 古之君子絶交不出醜言, 從此別矣, 臨別恨恨.”


답장 대신에 체포 영장이 날아온다. 죄목은 반란죄였다. 사형을 집행하려고 하자, 태학생 3000명이 몰려와, 집단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당국은 ‘불허’했다. 康將刑東市 太學生三千人請以爲赦, 不許... (晉書)

마지막 회유를 거부하고, 혜강이 처형당하던 날은 날씨가 좋았다고 한다. 혜강은 거문고를 연주할 시간을 달라 했다.


<광릉산(廣陵散)>... “전국시대의 자객 섭정(聶政)이 한나라 재상 협루(俠累)를 죽인 내용이 담긴 서사적 노래였다. 섭정은 매국노 협루를 죽이고 스스로 귀와 코를 자르고 자신의 얼굴을 으깨고 허물어뜨려 죽었다.”


혜강의 거문고.jpg


그 곡을 연주하고, 그는 태연히 죽음에 임했다. 예술적 저항... 그 숭고미가 죽림칠현에 젖어있다.


한가한 도피가 아니라... 우리 시대에도 미학적 죽음이 가능할까? 海內之士 莫不痛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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