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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청주 가는 길>
        
1978년 여름
청주로 가는 길에 모래시계 같은 건 없었다
                         
화구(火口)처럼 검고 깊은 플라타너스 동굴
그 속으로 소리없이 잠입하는 군용트럭 한 대
트럭위의 목제관(棺)
목제관 속의 병사 둘 그리고
두개의 주검을 은폐한 태극기 하나
                      
목제관에 갇힌 병사는 죽어서도 연신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고 
방어용 널빤지에선 오뉴월의 진땀이
쉼없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드라마컷은 아니었다
배경에 늙은 노모와 어린 동기(同氣)
서넛이 도사린 사실화였다
               
플라타너스 동굴이 끝나면 이제
그녀의 자랑스런 아들,

그들의 믿음직한 오빠는
동고동락했던 전우의 손에 이끌려
유월의 햇살보다 더 뜨거운

저 화구속으로 사라질 것이었다

청주화장장 1번 화구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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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늦은 시각 대전국립묘지 한 켠에서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잠에 빠진 나의 전우,
고 김○○하사와 백○○병장의 명복을 빕니다.
               
※위에서 언급된 '청주 플라타너스 진입로'는 드라마
모래시계가 촬영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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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제가 군인 갔던 시절, 작전 중에 전사한 두 명의 전우를 청주화장장에서 화장한 후,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해드렸던 기억을 정리한 글입니다.

 

사랑하는 고교동기 동료 여러분, 칠월 또한 여러 모로 뜨거운 계절입니다.

저는 지금, 은행의 통합에 반대하는 노조원들과 황산벌 전투를 치루기 위해

충남 대전의 한밭벌에 주둔 중입니다.  전투 중 잠시 여유시간이 생겨

30여년 전 제가 근무했던 충남 연기군 서면 봉암리의 32사단 사령부를 찾았습니다. 

 

깊은 밤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저를 향해 어디선가 날카로운 외침이 날라옵니다.

 

"누구냐?   암구호?"

 

막무가내의 초병을 달래서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여기에 왜 동원훈련장이 들어 섰느냐?'

'여기 있던 사단사령부는 어디로 갔느냐?'

 

군기의 초병은 하지만, 보안 상 답변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한 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사단사령부 위병소, 그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었으나 초병의 저지에

그마저도 실패하고 부대 앞 풍경사진 몇 컷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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