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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달팽이 약전( 略傳), 플라시보

2015.06.21 21:21

정용정 조회 수:634

 아주 어쩌다 어머니가 외출을 하시면,

대문앞 씨멘트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 까만 고무신 코끝만 보면서

엄마를 기다리던 것도 어린 나에게는 퍽이나 지루하고 서러웠었는데...


칭구는 조실부모하고,

여동생들 건사꺼정 하면서 어렵게 대학을 마쳤지.

어진 색시 만나 셋방살이하면서 튼실한 아들 둘을 얻고.

그런 인목이가 어제 장남 혼사를 치렀다네.

길음동 성당에서.


어제 아침 출근할려는데

인목이가 좋아하는(?) 내 마눌 소피아자매님께서 엄명을 내리셨어.

-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호엽이 결혼식에 꼭'~ 댕기오소,

- 꼭'~


덕분에 참석한 친구들 얼굴도 보고 좋았어.

늙을수록 마누라 말을 잘 들어야 혀.  (아이쿠~ 쪼다~~ ㅎㅎ)


너무 가물었었는데

토요일 어제 초여름비가 많이도 내렸네.


오늘 아침 강아지랑 풍납토성길을 산책하다가

모처럼 물 만난 지렁이들이

성급히 길로 나왔다 말라가는게 안타까워

한 놈씩 풀숲으로 옮겨주었어.


그래서 생각들더군.

지렁이나 달팽이나, 늙어가는 우리나 똑같다고.

비약이 심하나? 들어볼래?


달팽이 약전(略傳)

                         -서정춘-


내 안의 뼈란 뼈

죄다 녹여서 몸 밖으로 빚어낸 

둥글고 아름다운 유골 한 채를 들쳐업고

명부전이 올려다 보이는 뜨락을 슬몃슬몃 핥아가는

온 몸이 혓바닥뿐인 생이 있었다


우리들도 가파른 인생 오르막길을 식솔들 한 채 들쳐업고,

가픈 숨소리를 숨겨가며 오르고 있것재?

달팽이처럼, 먼저 가신 부모님 세대들처럼,

명부전 저승길을 올려다 보면서.


오늘 아침 풀숲에 숨겨준 지렁이나 우리들이나

뭐가 다를꼬? 혓바닥뿐인 生인데, 그쟈?


두서없는 말이 너무 길어지네.

삼천포 샛길로 새더라도 마무리는 단디이 해야지.


달팽이처럼 열심히 살아온 인목아~

욕 봤데이~

축하한데이~


셔블 썰레발 달팽이 ^J^


* 명부전冥府殿: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염라대왕 등 시왕(十王)을 모신 절 안의 전각

* 다구지기기:

   형조선생~ 플라시보 아이다.

   배 아플때 제수씨한테 아까징끼로

   배꼽에 스마일 그려두고 스을슬 만져달라 해바라~

   웃다가 배꼽빠지고 나면 배 아픙거 저절로 나을끼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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