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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1.

일년에 한 두번은 취한다. 연례행사처럼... 


이번 대만에서 대취했다. 1월 10일쯤인가, 대만과 중국의 교수 4-5명이 태국 음식점 "皇城"에서 만났다. 그 중 하나가 이번 한국 대선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다. 한국정치는 맹자의 코드를 따라가고 있다고 했더니, 눈을 똥그랗게 뜬다. 


유교와 한국정치를 떠들다가, 그만 취했던 듯하다. 와인으로 시작해서, 58도, 내가 좋아하는 <金門島>에 바닥이 깔렸다. 2차에 간 맥주 집에서, 유럽에서 즐겨 마시던 “트라피스트 웨스트 말르 Trappist Westmalle”를 냉장고에서 지목했던 것까지는 기억난다. 그리고, 패스트 아웃... 한 것같다.

 

나중, 들으니, 후배 한국인 교수 하나와, 멕시코 대학의 중국인 교수가 양쪽에서 나를 부축했다고 들었다.

 

2.

마음 놓고 취한 것은... 내가 대만을 좋아하는 탓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심성이 착하고, 대접이 극진하다. 내가 미안할 정도이다. 무엇을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천성인 듯하다. 고등연구원의 원장은 상견례에서, 자신이 겪은 충격적(?)인 경험을 말한 적이 있다. “30여년전, 한국에 처음 갔을 때, 쇼윈도우 안에서, 두 사람이 드잡이로 싸우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웃으며, “매운 고추를 먹고 살아서 그렇고, 한국에서는 일상(?)이다”라고 말해, 잠깐, 공포를 조장한 적이 있다.


2) 전통 유학을 진지하게, ‘실천적으로’ 생각하는 오랜 학문적 기풍을 갖고 있다. 뜻이 통하고 배짱이 맞는다는 뜻이다.

 

아, 그 이유를 빼놓을 수 없다. 사실은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인지 모른다. 


3) 대만에 처음 도착하던 날의 기이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 간판이 온통 내게 너무 익숙한 ‘한자(漢字)’로 되어 있었다. 중국의 간체자가 아닌 “고전의 글자”들이고, 글씨체도 단정하게 쓴 ‘해서’들이 주종이다.

 

나는 흡사, 정말, 옛날 연암 박지원이나 홍대용이 북경에 가 있는 듯한 환각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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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착각도 한다. 어설픈 유추로 엉뚱한 상상력을 동원하다가...

 

18세기, 연암 박지원은 북경의 어느 간판에서, “기상새설(欺霜賽雪)”이라 쓴 것을 보았다. “서리를 속이고, 눈과 경쟁한다”라, 연암은 자신의 한문 실력을 동원, 추론하여 “심지가 밝고 깨끗하다”는 뜻인가 했으나, 웬걸, 기실은 그게 <국수집> 간판이었다. “국숫가루가 서릿발처럼 가늘고 눈보다 희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여기서 퀴즈하나... 담헌 홍대용은 북경에서 "성세낙사(盛世樂事)"라는 간판을 보았다!! 이게 무슨 가게인지 아는 사람... (*뭘 거나? 저번에도 뻥 날렸는데... 흐음... 힌트는 <태평성세에 그토록 즐거운 일>이 무엇일까?)


요즘도 다르지 않다. 

 

대만대 앞 가게... 간판 하나...

 

사람들은 이게 무슨 가게인지 알 것이다.

 

<千模萬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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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각설, 


그래서 ‘사람들’에 취하고, 간판(?)에 취했다... 는 얘기를 장황히 혼자 떠들었네...  


---

술자리에서... 대만 사범대의 장(張) 교수가 호기있게, “대만을 보려면, 타이난(臺南)을 가야지... 내가 안내하겠슴!”이라고 나섰다. “그거 좋겠다!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 했다.

 

한 일 주일 더 지나도 소식이 없다. 취해서 한 소리겠거니, 하면서도... 일견, “진짜로, 가자 그러면 그것, 번거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는 여행을 ‘혼자’ 다닌다.

 

앞의 깐깐의 노래처럼...

 

谁会相信雨滴会变成一杯咖啡

种子会开成鲜丽的玫瑰

孤寂的旅途是单程的约会

相近 相识后各自而飞

 

누가 믿겠습니까, 빗방울이 한 잔의 커피가 되고, 씨앗이 아름다운 장미꽃을 피워낼 것이라고.

고독한 여행길은 [함께 갔다가 홀로 돌아와야 하는] 편도의 약속입니다.

서로 가까워지고 서로를 알게 된 후 제각기 날아가 버리지요.

 

둘째줄 번역... 

“孤寂的旅途是单程的约会”은 좀 달리 본다. “고독한 삶의 여행, 그것은 [그저 홀로 걷는] 기약일 뿐..."

 

单程은 “왕복 아닌” 편도가 아니라, “둘이 아닌” 홀로 걷는 길이라는 뜻일진저!

 

인생처럼,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그렇다. 혼자 간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공자의 얘기처럼 “可以仕則仕 可以止則止 可以久則久 可以速則速 孔子也..” 가고 싶으면 가고, 서고 싶으면 서고, 오래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마, 빨리 지나가야겠다 싶으면 그리 하고 싶어서이다. 필 받으면 하염없이 앉아 있는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 유럽의 렌트카 회사에서... 차를 반납할때, 렌트한 인물이 ‘한국인’임을 알아본다는 것... “한 달에, 1만 마일을 찍다니...한국인들 밖에 없어야!” 참고로 1만 마일은 16000킬로... 하루 서울-> 부산 이상의 거리를 이동했다는 뜻!!!)

 

낯선 사람들, 낯선 환경의 도전을 즐긴다. 같이 다니면, 밖으로 촉수를 열어 놓기 어렵고, 방해를 받는다.

 

같은 게스트 하우스에 있는 후배 교수는 “자기 빼놓고” 다닌다고 불만이다. 나는 말한다. “혼자, 다녀 보아라. 겁내지 말고...”

 

문득, 은근 걱정이 되었다. “장 교수가 호기대로, 타이난 안내를 하겠다고 나서면 어쩌지?” 그의 설명과 안내를 받고, 다닐 생각하니, 좀 깝깝하겠다 싶었다.

 

겸사 겸사, 미리(?) 혼자 떠나기로 했다.

 

굳이 타이페이 역에 가는 건 옛날 식일 터.. 인터넷 세상인데... 역시 웹사이트가 있다. 타이난으로 가는 <편도> 한 장을 끊었다. “언제, 어떻게 돌아올지 모르니...” 카오티에(高鐵) KTX는 “너무 빠르고, 비싸다..” 쯔지앙(自强)... 새마을 호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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