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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고 31회 동기회

경남고등학교 제31회 동기회

1. 

영화는 영 미진했다. 시각화의 구체성 대신에, 풍부한 디테일과, <그 이후의 이야기>이 근질거리게 궁금했다.   


“이 영웅적 승리의 기록은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이다.” 


종로를 걸어, 교보문고에서 영문판 소설(논픽션?)을 하나 샀다. 번역본이 당연히(?) 아직 안 나온 줄 안 무지의 소치였다. 


한 5일을, 이 책과 더불어 살았다. 흡사 루이 잠페리니의 여정과 모험, 생존 사투를 같이 겪는 기이한 의사 체험을 하는 듯, 저자 로라 힐렌브란트의 필력과 구성이 뛰어났다. 


“뗏목은 서쪽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가끔 폭풍과 비가 갈증을 달래주었다. 핀으로 갈고리를 만들어 물고기 하나를 잡았고, 그리고 핀은 부러졌다. 피골은 상접했고, 수염은 엉망으로 자랐다. 피부는 갈라지고, 뗏목 페인트로 누렇게 변했다... 그들은 굶어 죽기 직전이었다.” 


2.

“어느날 아침...” 하는 대목에서 나는 훅, 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이상한 고요 속에서 잠을 깼다. 뗏목의 요동이 멈추었다. 완전한 정지. 바람은 없었다. 바다는 미끄럽고 부드럽게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하늘과 땅을 투명하게 비추면서...옛 항해자들처럼, 루이와 필은 바람과 파도가 멈춘 적도의 ‘돌드럼즈’와 만났다. 코울리지가 썼듯, ‘그려놓은 바다 위에, 떠 있는 그림 배!같은 풍경.”


아, 그러고 보니, 영화 속에 이 장면이 있었던가. 분명 있었는데, 경험해 보지 못했고, 설명이 없었으니, 지나쳤을 것이다. 


“필은 하늘을 보며, 진주같다고 중얼거렸다. 물은 단단해서, 위로 걸어도 될 것같았다. 저쪽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뛰어올랐다. 그 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동그란 파문이 일었다가, 곧 고요를 되찾았다.” 


2. 

"돌드럼즈"에 잠시 멈추었다.  그들이 지나간 곳...


이곳을 체험한... 정 선장의 옛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았다. 또 인용한다. 복습, 복습! 옛 고전 읽기의 노하우 중 하나는 읽고 또 읽는 것. 니체는 말했다. “현대인처럼 약삭빠르게 읽으려 해서는 안 된다. 소처럼 읽어야 한다. (우직하게.. 아니) 거듭 거듭 되새김질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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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drums ,  Neptune’s Revel (적도제) with Backsteel Boys

 

돌드럼즈. 드럼치는 돌아이들? 무슨 아이돌 가수 그룹명 같이 들리기도 하는 이 단어는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적도 무풍대를 일컸는 말이며 문학등 경제의 침체기등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먼 범선시대때에 중위도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으로 순항하던 범선이 적도에 다다르면 적도 무풍대에 들어가게 되고, 잘 불던 바람이 불지 않으니 선원들은 바다의 신이 노한 줄 알고 신의 노여움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며 다시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리곤 하였다.
그 시기의 선원들은 선원들은 긴 항해에 지친 피로에다 적도 무풍대에서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와 단조로움에 얼마나 지쳤을까.

 

전래 설화에 의하면 거친 바다 바람이 잔잔해지기를 기원하며 바다신에게 공양미 3백석 사온 심청이의 몸을 인당수에 던지는 의식을 행하였다고 하는데, 반대로 적도에서는 바다 바람이 불기를 기원하는 의식을 행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적도제 시작이 아닌가 한다.
그것은 또한 바다신에 대한 경건한 의식과 함께 선원 모두가 흥겹게 노는 제사 형식의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적도를 제일 많이 통과한 사람이 바다의 신 Neptune 으로 분장하고 바람의 신과 왼편에는 붉은색의 귀신과 오른편에는 푸른귀신들을 거느리고 나타나면, 선장은 신으로부터 커다란 키를 받아 적도를 여는 의식을 하고 처음 적도를 통과하는 선원들에게 바닷물로 적도 통과 세례를 행하고 이어 가장행렬등을 행하며 선원들은 함께 술마시고 웃고 즐기며 떠들석한 분위기로 기나긴 항해의 단조로움과 무료함에 해방되어 새로운 활력을 얻곤 하였다.

 

백발의 노선장님이 겨울 바다를 이야기 하시면서 북태평양은 검고 거친 근육질의 사나이의 열정이라면 남태평양는 하얀 피부에 비단 머리결의 긴머리 소녀의 심성과도 같은 바다라 했는데 남대평양의 남회귀선와 적도 부근 해역을 항해하면서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만경창파의 남대평양 횡단, 한낮의 온도가 섭씨 30-40도를 넘나들고 오후의 갑판의 온도는 섭씨57도 기록하고, 비바람도 거의 없을 뿐 아니라 항해 하면서 지나치는 육지와 섬도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간혹 지나가는 선박도 없는 넓고도 넓은 그저 고요하고 잔잔한 코발트색의 바다가 끊임 없이 이어지는 항해.

 

3.

용정 거사, 그리고 몇몇이 버킷 리스트로... 우리 그곳을 가 보자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어디메쯤에, 생존의 사투를 벌이며, 그곳을 부유하던 표류객들이 있었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1인 드라마... all is lost 도 생각난다. 그것이 바다의 현실이다. 


all_is_los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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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설적이기도 하지. 배 위의 선원들과 다르게, 

이들은 돌드럼즈에서, 정체와 침울(*영어 돌드럼즈가 이런 의미를 갖고 있다.)을 느낀 것이 아니라, 모종의 '초월감(experience of transcendence)'를 느꼈다고 한다. 오랜 울렁거림과 배고픔, 갈증과 기총소사, 그리고 파도와 바람에 시달린 탓인지도 모른다. 


“잠시동안 그들은 그 놀라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고통은 저만큼 물러났다.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았다. 죽음이 가까이 온 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루이의 이 경험은 조물주의 경이를 확인시켜주었고, 나중 기독교로 귀의하는데, 중요한 체험으로 자리잡는다. 


새의 하강처럼, 물고기를 잡기 위해 굴절을 감안해서 각을 잡는 그 새처럼...


“이 아름다움은...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완벽하지 않은가. 태평양 한 가운데의 이 날은 우리를 위해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준, 선물이 아닌가.”


"서서히 죽어가는 그 한 가운데에서, 그들은 해가 질 때까지 몸을 담구고, 씼고 장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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